제주도 여행을 1년에 적어도 4번씩은 오면서 카페를 분류하는 나만의 방법이 여러 개 생기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는 가족과 함께 가기 좋은 '대형 카페', 그리고 연인과 함께 가기 좋은 '숨어 있는 카페'가 처음으로 분류되었고,

두 번째로는 '정말 커피가 맛있는 집', 그리고 '분위기가 좋아서 가는 집'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이번 제주도는 힐링의 목적도 있었지만,

커피를 배우겠다는 목적도 나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커피가 유명한 카페를 많이 골랐다.

그 중에 하나가 전에 포스팅했던 '하빌리스 커피 로스터스'였고,

두 번째가 아침 일찍 오픈하는 애월의 커피 맛집 '제레미'다.

 

 

입구부터 빈티지스러운 멋이 가득한 애월 카페 제레미,

제주도 카페답지 않게(?) 아침부터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오전 코스로 넣기 좋았다.

참고로 이 날 아침은 우진해장국이었는데 마침 전 날 다른 친구가 추천을 하기도 했고

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아침 일찍 방문을 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웨이팅은 없었는데,

몇 년을 기대해서인지 맛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사리 육개장이라고 하는데 참치의 식감에 가까운 ?

 

아무튼, 아침을 먹고 나오니 비가 살살 내리더라.

어제 우산을 챙기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오늘은 우산을 사지 않고 그냥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진해장국에서 애월까지는 40분 정도가 걸렸는데 그 뒤에 비가 그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제레미 근처에 도착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흠,

우산을 살까?

아니 그냥 맞자.

 

편의점도 없는 작은 골목에 위치한 제레미를 발견하고

주차는 뒷골목 어딘가에 했다.

 

제레미가 유명한 이유는 커피의 맛도 있지만,

사장님께서 정성을 다해 선곡(?)을 하시기 때문.

 

이른 아침에 가서 손님은 나밖에 없었지만 평소에는 동네 주민분들이

음악을 들으러 자주 오신다고 한다.

 

사진을 자세히보면 스피커가 랙장처럼 맞춰져있다.

 

아래는 SNS에서 반응이 좋았던 사진.

누구는 커피 위에 떠있는 그림이 그려진 게 아니냐고 묻는데,

이 사진의 비밀은 다음 사진에서 밝히도록 하겠다.

 

제레미의 커피는 소문대로 맛있었고,

더 좋았던 점은 커피를 요리처럼 대한다는 점이었다.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커피 한 잔에 우유와 설탕을 곁들일 수 있게 내어주는데,

이게 좀 커스텀의 느낌이 나서.

 

후쿠오카에 가면 '토리마부시'라는 닭요리집이 있는데,

숯불에 구운 닭고기를 덮은 밥을 4등분해서

처음은 그냥 먹고, 두 번째는 양념 중에 마음에 드는 양념과 함께 비벼 먹고, 세 번째는 다시마국물에 말아먹고,

마지막은 위의 3개 방법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방법으로 먹는 방식이다.

 

제레미에서는 커피를 그냥 마시고,

우유를 넣어서 부드럽게 즐기고,

설탕을 넣어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커피 한잔도 허투루 내어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엿보인다.

 

제주도에 도착한 뒤로 이틀동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모두 읽고,

제레미에서는 새 책을 꺼내들었다.

'무지한 스승'이라고, 문화예술교육사업을 진행하다가 멘토역할을 하신 분께 추천을 받은 책이다.

 

커피 표면에 비친 비밀은 스테인리스 문양의 유리창.

사장님의 감각이 느껴진다.

 

보통 애월, 이라고 하면 애월드몽상을 포함해 많은 카페들이 몰려있는 부근을 생각하기 쉬운데

제레미를 통해 애월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알게 되었다.

오후에 가도 좋지만 일찍 영업하는 점이 너무 좋으니까 아침에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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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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